[교수신문] 한국학중앙연구원의『한국의 과학과 문명』(영문판), 캠브리지대출판부에서 나온다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진흥사업단(단장 정윤재, 이하 한중연)에서 기획하고 진행한 ‘한국 과학문명사’(연구책임자 신동원 카이스트 교수) 연구 결과 중일부가 영국 캠브리지대학출판부에서 발간된다. 캠브리지대출판부 이사회는 지난달 4일『한국의 과학과 문명』영문판을 10권의 총서로 발간한다고 결정했다.

왼쪽부터 크리스토퍼 컬른 니덤연구소장, 윤홍기 오클랜드대 교수, 신동원 KAIST 교수 (사진제공 한국학중앙연구원)

이 연구는 한국학진흥사업단에서 지난 2010년부터 10년간 50억 원을 지원받아 국문판 30권(전근대 19권, 근현대 11권), 영문판 7권을 발간하는 사업이었지만, 영문판 공동에디터로 참여한 크리스토퍼 컬른 캠브리지 니덤연구소장과의 협력으로 당초 계획보다 많은 10권으로 주제가 확장됐다. 지원 규모 측면에서 한국민족문화대백과 사전, 왕실문화총서 사업의 예산과 비슷하지만, 한국학 관련 단일 주제로는 최대 규모다. 이번 총서 시리즈를 출간할 캠브리지대출판부는 1534년에 설립됐고, 과학사 시리즈에 있어 기념비적인 총서인 니덤의『중국의 과학과 문명』을 출간한 동아시아 과학사 연구의 메카다.

프로젝트 초기 ‘한국 과학문명사’ 출간 프로포절에 대해 캠브리지대출판부가 자문을 구한 해외 석학 5명의 자문은 총서 주제를 구체화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총서 구성이 어떤 것은 주제별이고, 어떤 것은 연대별로 돼 있어 일관성이 없다는 이들의 지적에 대해 영문에디터 윤홍기 뉴질랜드 오클랜드대 교수 “전근대한국 과학문명은 지식이 유동적이었고 점진적인 발전을 이뤘기에 주제별 구성이 옳고, 현대는 과학발전이 급속도로 진행됐기에 시대별로 구성하는 것이 논리적이다”라고 자문교수들을 설득했다.

주제는 천문학, 지리학, 풍수사, 수학사, 의학사부터 도자기, 인쇄술, 토목, 농업기술까지 다양하다. 윤 교수는 △현재주의 극복 △비교문화적 방법론 적용 △학문적 전통과 민속적 전통 고려 △필요시 한국 토착 개념과 분류법 사용이라는 네 가지 틀 안에서 이 주제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윤 교수는 비교문화적 방법론에서 대동여지도를 예로 들며“지도 편찬 자체가서양의 영향을 받았고, 중국의 풍수 영향을 받아 대동여지도가 만들어진 것이다. 하지만 선 굵기로 산 높이를 나타낸 것은 가장 한국적인 전통이다”라고 설명했다. 해외학계에 무조건 한국 과학이 최고라고 주장하기보다는 인정할 것은 인정하면서 독자적인 한국 의과학 전통을 설득해나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연구책임자 신동원 교수는 이번 총서 시리즈 출간의 의의에 대해 △선조의 과학유산과 현대의 과학기술로 ‘과학 한류’전파 발판 마련 △국제적 수준의 한국인문학과 세계적 수준의 에디팅으로 ‘국내 인문학 연구’의 세계적 발산 △서구 현대과학 문명론과 중국전통과학 문명론을 극복하는 제3의 글로벌 과학문명 연구모델로서 세계과학문명에 대한 새로운 시각 제시 등을 꼽았다. 하지만 그는 “세계적 수준에 부합하는 성과물을 내기 위해서 연구 지원이 강화돼야 하고, 장기적 연구를 위해 학문후속세대를 양성할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으로의 정착도 검토해야 한다”라고 연구의 난점을 지적했다.

공동에디터 컬른 교수는 이번 출간에 대해 “나라를 지키는 두 가지 길 중 무력으로 하는 것보다 문화를 융성하게 하는 것이 더 크다. 비행기 한 대 아니 절반 값만 지원되도 10권 이상의 연구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하며 사회 각계의 관심과 지원을 요청했다.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연구자들이 급격히 증가 추세에 있는 요즘, 한중연의 연구기획이 세계적 권위를 가진 출판사에서 출간된다는 사실은 분명 반길만한 일이다. 과학 한류를 주도하고 한국 과학문명사의 발신지로서 학계의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사회 각계의 관심과 정부 차원의 지원의 시급해 보인다.
윤상민 cinemond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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